
평번한 우체국 직원 구동백(황정민분)이 말도 안되는 우연으로 당대 최고의 여배우 한지수(김아중)와 거짓 결혼을 하게 되어 함께 살면서 그저 순수함 하나로 한지수의 마음을 사로잡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그바보는
알콩달콩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와, 한지수와 그의 숨겨둔 연인 김강모(주상욱), 그리고 구동백의 삼각관계라는
드라마의 전형적이고 전통적인 요소를 연예계 및 정재계에 늘 존재해 왔을 법한 야망과 거기 얽힌 이해관계,
그리고 평범한 직장내부의 생리와 버무려 그려내는, 평범한 멜로 드라마이다.
그러나 자칫 진부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독특한 캐릭터와 훌륭한 주조연 연기자들로 풀어냄으로써 그바보는 나름의 생명력과 재미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바보는 마치 하나의 동화와도 같다.
동시대에 방영되는 MBC의 신데렐라맨의 제목은 오히려 그바보에 더 어울릴 듯 하다.
구동백이라는 왕따중의 왕따, 바보중의 바보, 험한 세상에 힘겨워도 힘내고 사는 천연기념물 순수남이 완전한 우연으로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는 여배우와 만나서 거짓 결혼을 하고 나름의 로맨스를 싹틔워과는 과정은,
누가 봐도 한떨기 단잠속의 꿈과 같은, 그저 동화이다.

그에 반해 SBS의 시티홀은 웃기려고 작정을 하고 만든 드라마로 위장한, 정치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지적으로 보인다.
극중 무대인 가상의 도시 인주시의 시청은 국회의사당을 닮았고, 시장의 이름은 고'부실'이며, 지역 국회의원은 '부정한'이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피식 웃게 만드는 것은 등장인물들의 이름 뿐만이 아니다.
드라마 전반의 주 소재였던 "밴댕이 아가씨" 선발은 시의원 "민주화"와 시장 "고부실"이 다리 건설, 재건축 허가 등 이미 할 수 있는 부정부패는 다 저지른 뒤 짜내고 짜내어 기획한 아이디어이며, 진행과정에서 시장의 동생이 운영하는 이벤트 회사가 일을 맡는 등 시정에 대한 불만제로를 드라마로 만든다면 이럴까 싶은 장면들이 숱하다.
난무하는 정치적 물밑 교섭, 로비, 일부러 허황되게 만드는 선거공약, 대파 한단 값과 감자 1kg 값을 모르는 시장 후보들,
인신공격과 여론몰기, 정치깡패 동원 등 이건 뭐 드라마가 아니라 정치 만평 드라마 버전이라 할만 하다.
그럼에도 이 무게감을 덜어주고 편한 마음으로 시티홀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은 역시 등장인물들의 힘이다.
주인공 신미래(김선아)는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그야말로 명랑 소녀 노처녀이고, 늘 어려운 이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인간적인 캐릭터인데 심지어 엽기적이며 똘기과 깡으로 충만해있다.
그녀의 똘기와 깡과 명랑은 현실에 찌든 혹은 지친 주변의 캐릭터들에게 늘 힘이되고 움직이게 한다.
정치적이고 자신의 앞길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안가리는 조국(차승원)도,
불의와 한치 타협도 하지 않고자 하는 이정도 국장(이형철)도,
신미래의 옳은 길에 대한 정치 보복으로 시청에서 짤린 9급 공무원이자 세 아이의 엄마이고 신미래의 친구인 정부미도,
그녀에게 희망을 걸고 현실의 거대한 벽에 맞서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온갖 정치 공작과 음해에도 불구하고 정직과 서민과의 소통으로 결국 300여표라는 간발의 차이로 시장에 당선된 신미래의 모습은, 현실의 온갖 이유와 벽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하고 순응하며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판타지일지언정 희망이고 원동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굳이 따지자면 드라마는 정치에서 사람들을 멀어지게 하는 3s 중 screen에 해당될 터인데,
시티홀은 오히려 반대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제 시장에 당선된 신미래가 또 어떤 위기들을 맞고 어떻게 맞서나갈지 그 귀추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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